캐나다에서 살아보기

캐나다.. 언제쯤 정이 가려나

리내미 2021. 8. 1. 10:54

 2월 말에 입국해서 오늘은 7월의 마지막 날 

벌써 5개월이 흘렀네. 어디가서 캐나다 5개월차에요~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아무것도 안 한게 문제지만..

어제 씬넘버 발급받고 이제 일 좀 알아보려고 여기저기 뒤져보고 있는데 학생비자로 파트타임 잡 구하기가 여간 껄끄러운게 아니구나. 일단 온라인으로 레쥬메 제출은 했는데 연락은 뭐...

 

 그건 그렇고, 그동안 입이 닳도록 불평불만했던 캐나다의 단점들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1. 대륙의 위엄

간단한 그로서리 쇼핑도 여러가지 많이 사는 날이면 무거운거 들고 낑낑 집으로 오는게 왜 이렇게 힘든지 

이게 내가 다운타운 외곽에 살아서 더 모든게 멀다고 느끼나? 아니면 한국에서는 자취를 안 해봤으니 내가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바리바리 살 필요가 없었기도 하고..

어디 한 번 혼자 다녀오려면 환승에 환승을 거쳐 편도 30분이면 진짜 행운인거고, 보통은 편도 1시간이 기본이다.

캐네디언들은 직장이 다운타운이고 집도 다운타운이 아닌 이상, 도로위에서 너무 자기 인생을 낭비하며 살 것 같다.

자꾸 한국이랑 비교하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던 지하철역.. 1-2분 거리의 버스 정류장.. 모든게 그립네.

온라인수업이라 어디 갈 일도 없으니까 망정이지 매일 같이 다운타운으로 학교 다녀야 된다고 생각해봐.. 끔찍해. 

그땐 아마 스카버러에 못살거 같다. 진지하게 이사 고민해야됨. 

어쩔 수 없이 남자친구 차로 다니는게 편하고 시간도 단축되니 이 사람이 나를 여기저기 자주 드랍해주고 픽업해주는게 일상인데, 가끔 그걸 내 약점삼아 말 할 때 마다 아주 얄밉다. 

그래 여기서 차있는 니가 벼슬이지. 치사한 넘.

 

2. 누가 캐나다는 삶의 질이 높대?

내가 아직 경제활동을 안 하고 내 예산만 까먹는 생활을 해서 그런지, 그냥 모~든게 다 비싸게 느껴진다.

가격표에 있는 금액 + 텍스 + 팁 

보이지 않는 금액들이 우수수 붙어서 짜잔!하고 화면에 뜨면 가끔 내가 뭘 샀다고 이 금액이?하고 놀란다.

뭐 먹고 사는 문제는 아니니 기본적인 생활이라 하기엔 어긋나는데, 미용실도 가고 싶고 왁싱도 받고 싶고.. 사람이 어떻게 먹고 자고 싸고만 사냐? 문화생활이나 꾸밈비용도 좀 즐기며 살아야 그나마 더 만족스러운 삶이지.

한국에서도 미용실 싸고 괜찮은 곳 가성비 따지며 다녔던 나지만, 여기서는 정말 커트 하나도 팁까지 50불 가까이 주려니 엄두가 안 나서 도저히 못가겠다.. 

정말 궁금하네. 내가 돈 좀 벌어보면 달라지려나? 외식비용이나 물가가 비싼거 치고 온타리오주 기본 시급이 그만큼 높다는 생각도 안 드는데? 어차피 세금으로 다 떼갈거 아닌교;

하여튼 이번 항목 결론은.. 여기서 삶의 질이 팍팍 떨어진다는걸 느끼는 요즘이다.

 

3. 게으른 캐네디언들의 일 문화

하......말해 뭐해 4개월동안 비자 하나 변경 받겠다고 끙끙거리며 우울증 걸릴 뻔 하고.. 

원래도 게으르고 일 열심히 안 하는 서구 문화가 코로나와 함께 아주 난리가 났다. 다들 재택근무를 핑계로 이민국부터 고객센터며 은행업무라든지 전화를 한시간은 붙잡고 있어야 그제서야 사람이 받는다.

어제 씬넘버 받으러 다녀 온 서비스캐나다는 고작 10분 걸리는 일 때문에 1시간 반을 꼬박 서서 기다리질 않았나~

방금은 달러라마에 갔다 왔는데.. 기다리는 줄도 딱히 안 길었는데 계산이 너무 느려터진거다. 알고보니 계산대 3개 중에 직원 한명만 일하고 있더라. 남자친구가 "오늘 혼자 일해?" 하니까 "ㅎㅎ 나머지 직원들이 병가를 냈네. 진짠지 모르겠지만 (월요일이 공휴일이라 병가내면 더 길게 쉴 수 있으니)"

그래 내가 직원이 되면 자유롭게 연차쓰고 병가쓰고~ 한국처럼 빌빌거리면서 부장님 제가요~ 이 날 어쩌구 저쩌고 온 갖 이야기 지어내면서 정당한 법적 연차 하나 쓰려고 노오력 안 해도 되니까 좋은거지. 

근데 손님으로서는 참 불편한건 어쩔 수 없다. 

여긴 손님이 왕? 그런거 절대 없다. 이건 장점이자 어떻게 보면 단점.

그 외에도 미친 집 값, 유틸리티 등등 불만이 참 많지만.. 말해서 뭐하겠어 어쨌든 살아보기로 결심한건 난데..

이런거 누구한테 징징거리면 '누가 캐나다 가라고 니 등 떠밀었어?' 할테니 혼자 삭히는거지.

 

로마에 왔으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 그게 참 말처럼 쉽지 않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