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공허함이나 무료함이 나를 집어삼키는 기분이다.
코업 비자로 어학 관련 수업 들으러 온 나만의 목적이 분명히 있지만, 사실 1년간 못 본 남자 친구를 보러 왔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동안 남자 친구 때문에 미쳐 돌아가는 이 시국에 타지까지 왔다고 어디다 말하기도 껄끄러웠고 스스로 인정까지 해버리면 정말 나조차 한심하게 느껴져서 현실을 부정해왔다.
두 달 전 자가격리 할 때만 해도 5월 말 내 수업 시작일이 될 때쯤은 백신도 어느 정도 진행이 됐을 테고 주 5일 대면 수업을 바랄 순 없어도 적어도 주 2일 정도는 학원 가서 수업들을 수 있겠지? 싶었던 나다.
하지만 백신 맞는 연령이 점점 내려옴에도 불구하고 치솟는 확진자수에 내가 캐나다 온 이후로 아직도 락다운만 주구장창 연장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이제 헛된 희망은 버렸다. 여기까지와서 온라인 수업을 들어야 하는 이 상황에서 정말 내가 여길 남자 친구 하나 때문에 온 거구나 싶은 마음에 우울해졌다. 1년 동안 기다려왔던 재회인데 생각보다 미친 듯이 행복하고 좋지만은 않은 게 현실이었다. 동거를 시작하고 현실적인 문제들에 부딪혀 하루가 멀다 하고 싸우며 남자 하나만 보고 여기까지 오는 그런 바보 같은 선택을 한 나 자신에게 실망도 했다.
식당, 카페 외식도 안 되고 쇼핑몰에 갈 수도 없다. 차가 없는 사람은 밖에 나간 들 무엇을 사 먹고 공원에 앉아서 먹어야 하는 현실인데 잠깐잠깐 이슬비 내리는 날씨가 2주째 계속되고 있다. 예전에 유럽 여행하면서 난 정말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여행하는 5일 내내 비만 내렸던 우울한 회색빛 파리를 벗어나 일주일 동안 햇볕 쨍쨍해서 우산 들고 다닐 걱정 없던 바르셀로나에 가니 얼마나 행복하던지,
지금 토론토에서 2주동안 딱 그런 기분이다. 비가 오면 어디든 들어가서 쉴 수 있던 그때가 오히려 다행이었지 지금은 답답해서 어디 나간다 해도 들어갈 곳이 없다.
평일엔 보통 집에서 남자친구 퇴근 전까지 혼자 있는데, 처음 일주일은 나 혼자서도 할게 많으니 시간이 빨리 가고 재밌다가도 2주 3주가 되니까 이제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증에 다다른다.
영어공부해야지 싶은데 이게 눈에 바로 보이는 성과가 아니다 보니 의지가 안 생긴달까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을땐 하루 종일 침대에서 휴대폰만 보고 움직이지도 않는다.. 한국에서도 원래 집에서만 잘만 있던 난데도 여기까지 와서 이러고 있으니까 현타가 오더라.
내가 진짜 인생 낭비 제대로 하고있구나, 뭐라고 수업 시작 3개월 전에 미리 와서 시간낭비 돈 낭비하고 있지 이런 생각들. 남자 친구가 좋을 땐 그런 생각 안 들다가도 생각 없이 내뱉는 그 사람의 말 몇 마디에 내 하루가 좌지우지된다.
한국에서는 퇴사를 했다하더라도 원래 내 생활패턴이 있고 수영 요가 등 적어도 운동을 다니며 기분전환할 수 있었는데, 운동마저도 이 좁은 공간에서 홈트로 하려니 더 의욕이 안 나는 게 사실. 특히 나처럼 그룹 운동했던 사람은 혼자 운동해보려는 게 마음먹기가 어렵다.
이게 우울증인가 뒤늦게 깨달은 이유가, 남자친구는 별생각 없이 하는 말인데 유독 나는 그걸 예민하게 받아들여 타격감이 크게 온다는 거다. 상대방의 말 한마디에 나 자신 전체가 흔들리고 그로 인해 자존감이 무너지고, 더 이상단단했던 예전의 내가 아니라 내면이 너무 약해져버린것이다.
우울증인지 무기력증인지 요즘은 정말 아무것도 하기싫고 그냥 남들은 좋다는 캐나다가 나는 영 정이 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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